이웃집 집들이: 다섯 번째 집
내 생각대로 조립하고 꾸민 DIY홈,
삶과 경험이 묻어나는 @creator.mina님의 집
이웃집 집들이 주인공 소개
안녕하세요. 꾸준히 창작하는 삶을 꿈꾸는 콘텐츠 작가이자, 수제노트를 제작해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 운영자인 미나입니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들고, 글 쓰고, 기록하는 일을 좋아해요. 요즘은 예전에 진행했던 손 편지 프로젝트부터 전시 도슨트,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제 취향이 담긴 활동을 ‘낭만’이라는 주제로 엮어 에세이를 써보고 있습니다.
Q. 미나 님의 이력을 보면 좋아하는 일을 따라 유연하게 변해가는 삶을 살아오신 것 같다고 느껴져요. 이 집에도 그런 미나 님의 모습이 녹아 있을까요?
제 삶의 패턴에 따라 공간도 계속해서 변화를 줬어요. 제가 인테리어 하면서 정말 많이 느끼는 건,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당시에 완벽하게 모든 것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가구나 시공은 비용이 크게 드는 만큼 천천히 가장 필요한 것부터 변화를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반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한 IKEA METOD주방이 이 집에서 가장 먼저 제 경험을 녹인 곳이에요. 예산이 제한적이라 하고 싶은 걸 전부 실현하지 못했지만, 제 손으로 주방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서 인테리어 공부를 많이 하게 됐었죠.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두 사람 취향을 담은 공간이 새로 탄생했고, 이후에 온전히 제 취향만을 가득 담은 노트룸 인테리어에 집중했어요.
Q. 노트룸은 어떤 공간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노트룸은 제 작업실입니다. 제가 판매하고 있는 노트를 만들기도 하고 디자인하는 곳이기도 하죠. 요즘 글 쓰는 방이기도 해요. 예전에 친구들이 연락해서 뭐 하고 있냐고 물으면 노트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로 "노트해~"라는 답변을 많이 했거든요. 지금 집으로 이사하고 작업방을 본격적으로 꾸미기 시작하면서 노트룸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타일 회사에 다니면서는 이중적인 이름이 담긴 방이 됐어요. 글 쓰는 일에 관심이 많아져 기록하는 일이 늘었거든요. 기록하는 방이라는 의미도 담기게 됐죠.
Q. 노트룸도 직접 꾸미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나요?
노트 제작을 위한 재료들이 많아서 수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노출하는 도구나 재료들도 가급적이면 정돈되어 보이도록 물건마다 자리를 정해주었고, 전체 색감이 화이트. 우드, 파스텔톤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어요. 물건은 많지만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방이 넓지 않아서 전부 벽에 설치할 수 있는 선반 가구로 구성했어요. 한쪽에 ALEX 알렉스 서랍장과 BOAXEL 보악셀 선반에 종이를 수납했고 반대편에는 자잘한 재료들을 수납했죠. 팬트리 겸 작업실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처음에 방을 꾸밀 땐 조립과 설치를 모두 제가 직접 해서 정말 힘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분위기 덕분에 제 취향을 단번에 보여주는 공간이 된 것 같아서 기뻐요.
Q. 직접 만들어내는 작업을 즐기셔서 그런지, 미나 님 손길이 닿은 가구들이 눈에 많이 띄어요. DIY로 집을 꾸미면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가구 조립하며 생긴 에피소드 정말 많아요. 한 번은 EKET 에케트 수납장 조립하는데 다리를 옆면에 단 거예요. 너무 우스꽝스러웠어요.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혼자 한참 웃었어요. 잘못 단 다리를 떼어서 아래쪽에 다시 달아 주었는데 다행히 옆에 책장을 이어서 두게 되어 잘못 달았던 자국은 보이지 않게 배치할 수 있었죠.
옷방에 설치한 ELVARLI 엘발리 옷장은 조립하는 영상의 조회수가 58만이에요. 엄청 놀랐어요. 그냥 조립하는 과정을 찍은 건데 이렇게까지 많이 조회될 수 있나 싶더라고요.
Q. 그만큼 무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 아닐까요? 미나 님은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서 가구 DIY를 즐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가구 조립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해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구를 구입하고 싶은데 그런 가구들은 대개 직접 조립하는 가구들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조립을 해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일단 제 손으로 직접 조립하는 일 자체가 재미있고, 공들여 조립한 후에 그 가구가 오랫동안 제 생활에 유용한 물건이 되잖아요. 제가 제 손으로 직접 집을 가꾼다는 감각을 실감 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조립하는 동안만큼은 조립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예를 들어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는 그 행동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조립은 설명서를 보면서 공부하듯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온전히 조립에 집중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었어요.
Q. 집에서 다양한 일들을 해내고 계신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올해 여름은 거실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이번 6월에 거실에 둔 식탁을 6인용으로 바꿨는데, 자리가 편해지니 한결 더 오래 머물게 되더라고요. 저희 집은 거실에 제가 자는 침대와 남자친구와 함께 식사하는 식탁, 그리고 책 읽을 때 앉는 암체어가 있어서 핵심 공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도 해요. 마치 원룸처럼 생활에 필요한 가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죠. 요즘은 식집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어서 거실에 식물을 잔뜩 들였더니 마음이 한결 편안한 공간이 되기도 했어요. 최근에 거실에 ‘그린 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초록을 의미하는 그린(green), 그리고 배우들의 휴게실을 의미하기도 하는 ‘그린 룸’이라는 단어가 거실에 딱 어울리는 단어 같아서요.
Q. 미나 님이 새롭게 도전하고 만들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뭘까요?
제가 곧 신혼여행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여행지에서 만난 공간을 사진과 글로, 그리고 여력이 되면 영상으로도 잘 기록해 둬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에요. 그리고 막연하게 식물, 인테리어, 여행 공간 제가 관심 가지는 주제들을 가지고 에세이를 쓰는 ‘에세이스트’ 키워드를 하나 얻고 싶어요. 제가 지금 하는 업무가 글 쓰는 일이기도 해서 관심을 갖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미나 님은 어떤 경험을 쌓으며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20대를 통틀어 치열하게 저를 탐구했어요. 이때 경험한 시간들이 쌓여 지금처럼 삶의 장면이 풍요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게 됐다고 믿어요. '나를 탐구하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긴 합니다.
저는 하나의 직업으로 저를 규정하기보다 창작하는 사람으로 계속 살고 싶어요. 직업도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인 것 같아요. 글을 쓰거나 디자인을 하거나 노트를 만들거나 하는 일들이요.